아름다움과 숭고함 비슷한듯 하지만 전혀 다른 두 감정 : 인력과 척력

인간은 살아가며 가끔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앞에 멈춰 선다.

꽃 한 송이, 잔잔한 음악, 노을, 한 사람의 미소 앞에서 마음이 부드러워질 때가 있고,

반대로 끝없는 우주, 거대한 산맥, 깊이를 알 수 없는 밤하늘 앞에서 말문이 막히는 순간도 있다.


둘 다 우리를 멈춰 세운다.

둘 다 평소보다 더 조용하게 만든다.

둘 다 “무언가 크다”는 감각을 남긴다.


그래서 아름다움과 숭고함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둘은 꽤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감정이다.


아름다움이 끌어당기는 힘이라면,

숭고함은 물러서게 만드는 힘에 가깝다.


어쩌면 아름다움과 숭고함은

같은 하늘 아래 서 있지만 정반대 방향으로 작동하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둘을 인력과 척력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아름다움과 숭고함이 비슷해 보이는 이유


먼저 두 감정이 왜 비슷하게 느껴지는지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름다움과 숭고함은 모두 인간을 일상의 감각에서 잠시 벗어나게 만든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시간 앞에서 멈추게 하고,

자기 안에만 머물던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게 한다.

즉 둘 다 인간을 자기중심적인 상태에서 잠시 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것을 보아도 사람은 잠시 말을 잃는다.

숭고한 것을 마주해도 사람은 잠시 말을 잃는다.

둘 다 설명보다 먼저 감각으로 다가오고,

둘 다 이성보다 먼저 마음을 흔든다.


바로 그래서 많은 경우 사람은 이 둘을 비슷하게 느낀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름다움과 숭고함은 모두

인간이 자기보다 더 큰 무언가를 만났을 때 생겨나는 감정처럼 보인다.

아름다움도 나를 넘어서는 조화와 질서를 느끼게 하고,

숭고함도 나를 넘어서는 규모와 깊이를 느끼게 한다.


둘 다 결국 인간에게

“세상은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더 크고 깊다”

는 감각을 남긴다.


그래서 언뜻 보면 둘은 같은 감정의 다른 이름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왜 전혀 다른 감정인가


비슷해 보이지만, 아름다움과 숭고함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바로 거리의 방향에 있다.


아름다움은 나를 대상 쪽으로 끌어당긴다.

더 가까이 가서 보고 싶고, 더 오래 머물고 싶고, 더 세밀하게 느끼고 싶게 만든다.

아름다움 앞에서는 인간의 마음이 열린다.

경계심이 풀리고, 대상과 나 사이의 거리가 줄어든다.


그래서 아름다움은 늘 가까움의 감정이다.

꽃을 보면 가까이 다가가 향기를 맡고 싶고,

아름다운 그림을 보면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붓질을 보고 싶고,

아름다운 사람의 말과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을 더 알고 싶어진다.


아름다움은 말하자면

“이리 와, 가까이 봐도 괜찮아”

라고 손짓하는 감정이다.


반대로 숭고함은 나를 쉽게 가까이 가게 두지 않는다.

오히려 한 걸음 물러서게 만든다.

좋아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크고, 너무 깊고, 너무 압도적이어서

함부로 다가갈 수 없게 만든다.


거대한 절벽, 끝없는 우주, 태풍 치는 바다, 상상하기 어려운 시간의 규모 같은 것들은

인간에게 단순한 감탄을 넘어선 어떤 침묵을 남긴다.

그것은 “더 가까이 가고 싶다”기보다

“이건 내가 다 담을 수 없는 것이다”라는 감각에 가깝다.


그래서 숭고함은 거리의 유지,

혹은 물러섬의 감정이다.


아름다움이 인간과 대상의 거리를 줄인다면,

숭고함은 인간으로 하여금

거리를 두어야만 비로소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인력과 척력이라는 비유가 잘 맞는 이유


이 점에서 아름다움과 숭고함은 참 닮은 듯하면서도 정반대다.


아름다움은 인력이다.

나를 그쪽으로 끌어당긴다.

나는 더 가까이 가고 싶어진다.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고, 조금 더 깊이 보고 싶고, 가능하다면 내 곁에 두고 싶어진다.


반면 숭고함은 척력이다.

물론 완전히 밀어내는 혐오의 힘은 아니다.

정확히는, 매혹되지만 함부로 가까이 갈 수 없게 만드는 힘이다.

한 걸음 다가가고 싶지만 동시에 한 걸음 물러서게 하는 힘.

바라보게 만들지만, 소유하게 만들지는 않는 힘.


그래서 아름다움은 대상을 내 마음 가까이 데려오려는 감정이고,

숭고함은 내가 대상 앞에서 내 자리를 다시 배우게 만드는 감정이다.


아름다움 앞에서 인간은 대상을 향해 손을 뻗는다.

숭고함 앞에서 인간은 손을 거두고 고개를 숙인다.


이 차이가 바로 인력과 척력의 차이다.


왜 정반대의 감정처럼 느껴지는가


아름다움과 숭고함이 정반대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그 둘이 인간에게 요구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열림을 요구한다.

부드럽게 다가가고, 받아들이고, 가까이 머물기를 권한다.

그래서 아름다움은 사랑, 친밀감, 애정, 평온함과 잘 이어진다.


반면 숭고함은 한계의 자각을 요구한다.

너는 이것을 다 담을 수 없고, 다 가질 수 없고, 다 이해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숭고함은 숙연함, 침묵, 경외, 겸손함과 이어진다.


아름다움이 “이것은 너를 환대한다”는 감정이라면,

숭고함은 “이것 앞에서는 네가 먼저 자세를 고쳐야 한다”는 감정에 가깝다.


하나는 품어지는 느낌이고,

하나는 압도되는 느낌이다.


하나는 세계가 내 쪽으로 한 걸음 다가오는 느낌이고,

하나는 내가 세계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느낌이다.


그래서 두 감정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작동한다.


그런데도 왜 자주 함께 오는가


흥미로운 것은, 아름다움과 숭고함이 현실에서는 종종 함께 온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밤하늘을 떠올려보자.

별빛 자체는 아름답다.

반짝이는 점들, 어두움 속의 빛, 고요한 장면은 충분히 아름답다.

그런데 동시에 그 별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멀리 있고,

그 빛이 아주 오랜 시간을 건너와 지금 내 눈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감정은 아름다움을 넘어 숭고함으로 바뀐다.


오로라도 그렇다.

눈앞에 펼쳐진 색과 흐름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 광경이 자연의 엄청난 규모와 힘의 일부라고 느껴질 때

그 아름다움 속에는 숭고함이 스며든다.


즉 많은 대상은 처음에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하는 순간 숭고함으로 확장된다.


그래서 사람은 둘을 자주 헷갈린다.

같은 대상 안에 두 감정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표면의 조화에서 시작되고,

숭고함은 그 너머의 규모와 깊이를 깨닫는 순간 시작된다.


아름다움은 왜 따뜻하고, 숭고함은 왜 겸손한가


아름다움은 인간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것은 나와 세계 사이의 거리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세상이 낯설고 차갑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가까이 다가가도 괜찮은 것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그래서 아름다움은 사랑과 연결되고, 위로와 이어진다.


반면 숭고함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든다.

그것은 나와 세계 사이의 엄청난 거리를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내 손안에 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내가 이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가르친다.

그래서 숭고함은 인간의 오만을 누그러뜨리고, 침묵과 경외를 남긴다.


아름다움이

“세상은 이렇게 사랑할 만하다”

라고 말해준다면,


숭고함은

“세상은 네가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라고 말해준다.


결국 이 두 감정은 인간에게 무엇을 주는가


아름다움과 숭고함은 서로 반대 방향의 감정이지만,

둘 다 인간에게 꼭 필요한 감정이다.


아름다움이 없다면 인간은 세계를 사랑하기 어렵다.

숭고함이 없다면 인간은 세계 앞에서 겸손해지기 어렵다.


아름다움은 우리를 세계 쪽으로 끌어당긴다.

숭고함은 세계 앞에서 우리를 멈춰 세운다.


아름다움은 다가가게 만들고,

숭고함은 고개 숙이게 만든다.


그래서 인간은

아름다움을 통해 세상과 가까워지고,

숭고함을 통해 세상 앞에서 자기 자리를 배운다.


어쩌면 삶은 이 두 감정 사이를 오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떤 날에는 한 송이 꽃 앞에서 마음이 풀리고,

어떤 날에는 밤하늘 아래에서 말없이 작아진다.


그리고 그 두 순간은 서로 다르지만,

둘 다 인간을 조금 더 사람답게 만든다.


맺으며


아름다움과 숭고함은 비슷한 듯 보이지만 전혀 다른 두 감정이다.

둘 다 인간을 멈춰 세우지만,

아름다움은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고,

숭고함은 여기서 멈추라고 말한다.


아름다움은 인력이고,

숭고함은 척력이다.


하나는 세계를 사랑하게 만들고,

하나는 세계 앞에서 고개 숙이게 만든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름다움을 통해 따뜻해지고,

숭고함을 통해 겸손해진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깊은 순간은

이 두 감정이 동시에 찾아올 때일지도 모른다.

아름답기 때문에 다가가고 싶지만,

너무 커서 결국 한 걸음 물러서게 되는 순간.

그때 인간은 비로소

세계의 따뜻함과 위대함을 함께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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